전쟁 중인데 금은 왜 24% 빠졌을까? (비트코인은?)
한눈에 보기
전쟁이 금을 끌어내린 게 아니라, 전쟁이 올린 금리가 금을 끌어내렸습니다.
금 선물 가격이 10월 23일(현지) 온스당 4,00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란 전쟁 직전 마지막 거래일인 2월 27일(5,248달러)보다 24% 낮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29% 빠졌습니다.
전쟁이 나면 금이 오른다는 게 상식인데, 올해는 거꾸로 갔습니다. 무엇이 금을 끌어내렸는지, 원화로 산 사람은 왜 더 크게 잃었는지, 비트코인도 같은 처지인지 숫자로 따져 봤습니다.
① 금을 끌어내린 건 금리였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가를 빼고도 이자를 많이 주는 국채가 있으면 금을 들고 있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이 「물가를 뺀 금리」가 실질금리입니다.
전쟁으로 유가가 뛰자 물가 걱정이 커졌고, 연준은 9월 16일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습니다. 세계금협회(WGC)는 이 인상이 금을 들고 있는 데 드는 비용을 키워 금값을 눌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10년 국채 실질금리는 2월 27일 1.72%에서 10월 5일 2.95%까지 올랐고, 23일엔 2.66%였습니다.
- 3월: 실질금리 +0.28%p, 금 -11%
- 6월: 실질금리 +0.13%p, 금 -12%
- 9월: 실질금리 +0.49%p, 금 -7%
- 8월: 실질금리가 거의 그대로(-0.03%p)였던 달엔 금이 9% 올랐습니다.
다만 금리로 다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주 단위로 보면 두 값은 반대로 움직이는 편이지만 관계가 아주 강하지는 않습니다(상관계수 -0.44). 7월엔 실질금리가 0.27%p 올랐는데도 금이 2% 올랐습니다.
전쟁이 금을 끌어내린 게 아니라, 전쟁이 올린 금리가 금을 끌어내렸습니다.
② 원화로 산 사람은 왜 더 아플까
국내에서 금을 사면 달러 금값에 원·달러 환율이 곱해집니다. 그래서 환율이 내려가면 달러 금값이 그대로여도 원화 금값은 빠집니다.
- 전쟁 시작 ~ 6월 말: 달러 금값은 23% 빠졌지만, 환율이 1,432원에서 1,549원으로 올라 원화 금값은 17% 빠지는 데 그쳤습니다.
- 7월 ~ 지금: 달러 금값은 거의 그대로(-0.8%)인데, 환율이 1,326원까지 내려 원화 금값은 15% 빠졌습니다. 1g으로 환산하면 약 20만 1천 원에서 17만 1천 원입니다(국내 금 시세와는 수수료·괴리만큼 다를 수 있습니다).
원화가 강해진 이유로 파이낸셜뉴스는 반도체 수출 기업이 번 달러를 계속 원화로 바꾸는 점, 6~7월 두 달 연속 400억 달러를 넘은 경상수지 흑자,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금리 인상을 꼽았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원화를 올리고, 그 원화가 금 투자자의 손실을 키운 셈입니다.
③ 사는 쪽도 있는데 왜 빠질까
금을 사는 쪽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9월 한 달 동안 세계 금 ETF에 100억 달러가 들어와 보유량이 사상 최대인 4,256톤이 됐습니다. 중국 인민은행도 9월에 금 23톤을 사들여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많이 늘렸습니다.
반면 선물 시장의 투기 자금은 빠지고 있습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보면, 헤지펀드 같은 투기 자금의 금 순매수 포지션은 8월 25일 14만 4,747계약에서 10월 20일 10만 4,206계약으로 28% 줄었습니다. 돈을 빌려 금을 사는 선물 투자자에겐 금리가 오를수록 부담이 커집니다.
10월엔 또 다른 장면이 있었습니다. 실질금리가 10월 5일 고점에서 0.29%p 내려왔는데도 금은 3.6% 더 빠졌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6.7% 급락한 10월 22일에 금도 2.2% 빠졌습니다. 주식 손실을 메우려고 팔기 쉬운 금부터 현금으로 바꾼 매도가 섞였을 수 있습니다(추측).
④ 비트코인도 같은 처지일까
「금과 비트코인이 같이 빠진다」는 말이 많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둘은 반대로 갔습니다.
- 전쟁 뒤(2월 27일 → 10월 23일): 금 -23.6%, 비트코인 +23.1%. 비트코인은 6월 30일 5만 8,559달러를 바닥으로 다시 올랐습니다.
- 10월 들어: 금 -4.3%, 비트코인 -3.0%로 함께 빠졌습니다.
- 반도체 급락일(10월 22일): 금 -2.2%, 비트코인 -3.2%.
둘이 같이 빠지기 시작한 건 기술주가 흔들린 10월부터입니다. 금리 때문에 길게 빠진 금과 달리, 비트코인의 최근 하락은 주식 시장 분위기를 따라간 쪽에 가까워 보입니다(추측).
⑤ 금리가 내리면 금은 다시 오를까
올해 흐름만 보면 금의 방향은 실질금리에 크게 기대 있었습니다. 실질금리가 꺾이면 금에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추측).
다만 당장은 금리 인하보다 인상 이야기가 먼저입니다. 이번 주 10월 27~28일 연준 회의 결과는 한국 시간 29일 새벽에 나오고, 시장은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로이터, 23일 기준). 또 10월처럼 주식이 크게 흔들리는 날엔 금리와 상관없이 금도 함께 팔릴 수 있습니다.
세 줄 요약
- 금은 전쟁 직전보다 24% 빠졌습니다. 유가가 올린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미국 실질금리가 1.72%에서 한때 2.95%까지 오른 게 컸습니다.
- 원화로는 29% 빠졌습니다. 7월 이후 달러 금값은 거의 그대로인데, 원화 강세로 원화 금값이 15% 빠졌습니다.
- ETF와 중앙은행은 금을 샀고, 선물 투기 자금은 금 비중을 줄였습니다. 비트코인은 올해 금과 반대로 올랐고, 둘이 함께 빠진 건 10월부터입니다.
참고자료
- 야후 파이낸스 종가 — 금 선물(GC=F), 2026-01-02~10-23
- 미국 재무부 — Daily Treasury Par Real Yield Curve Rates(10년 실질금리), 2026
- 세계금협회(WGC) — Gold ETF Flows: September 2026(연준 9월 인상 설명 포함), 2026-10-07
- 세계금협회(WGC) — China gold market update: Q3 ends with strong official gold buying(인민은행 9월 23톤)
-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 Disaggregated Commitments of Traders, 금(COMEX) 투기 자금 포지션
-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 연방기금금리 목표 상단
- 야후 파이낸스 종가 — 원·달러 환율(KRW=X)
- 파이낸셜뉴스 — 원·달러 환율 1330원대, 1년11개월 만에 최저.. "원화 강세 지속", 2026-09-07
- 야후 파이낸스 종가 — 비트코인(BTC-USD)
- 야후 파이낸스 종가 —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 로이터(Investing.com 게재) — Earnings flood, Fed meeting pose pivotal tests for rickety AI market rally,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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