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동반 폭락 — '오일머니'가 빠져나간다는 위험 신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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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이닉스 동반 폭락 — '오일머니 이탈'일까, 급등 뒤 숨 고르기일까?
이번 호 딥다이브
한눈에 보기
7월 13일 하루 만에 SK하이닉스는 -15.4%, 삼성전자는 -10.7% 떨어졌습니다. 코스피도 8.95% 내린 6,806.93으로 마감했고, 올해 7번째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됐습니다. 최근 5거래일(7/6 종가 → 7/13 종가)로 보면 두 회사 모두 약 20% 하락했습니다.연합뉴스 · 001한국일보 · 002
폭락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가 한꺼번에 겹쳤습니다. ① 미국-이란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혔습니다. ② 올해 상반기에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뒤라,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이익 챙기고 팔기)'이 쏟아졌습니다. ③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직후 매물이 나왔고,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거란 걱정이 더해졌습니다.연합뉴스 · 001investing.com · 003
시장에 도는 "중동 오일머니(국부펀드)가 한국을 떠난다"는 소문은, 데이터로 확인해 보면 아직 근거가 약합니다. 6월에 한국 주식을 가장 많이 판 것은 국부펀드가 아니라 일반 펀드(뮤추얼펀드)였고, 판 이유도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올라서 덜어내기'에 가깝습니다.인사이트 · 007
1. 무슨 일이 벌어졌나: 숫자로 보는 7월 13일
오늘(7월 13일) 한국 주식시장은 '검은 월요일'이었습니다.
- SK하이닉스: -15.37% (184만 5,000원 마감). 하루 하락폭으로는 역대 최대입니다. 종가가 200만 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6월 8일 이후 처음입니다.연합뉴스 · 001investing.com · 003
- 삼성전자: -10.70% (25만 4,500원 마감).연합뉴스 · 001
- 코스피: -8.95% (6,806.93 마감). 외국인이 1조 6,850억 원, 기관이 2조 2,190억 원어치를 팔았고, 개인이 홀로 3조 8,820억 원어치를 사며 받아냈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7월 7일에 이어 4거래일 만에 또 발동됐습니다.한국일보 · 002
💡 서킷브레이커란?
주가가 너무 빨리 떨어지면 시장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거래를 잠시 멈추는 '비상 정지 버튼'입니다.
고점과 비교하면 하락이 얼마나 큰지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6월 25일 사상 최고가(298만 7,000원)보다 38% 낮고, 삼성전자는 6월 19일 고점(37만 4,500원)보다 32% 낮습니다. SK하이닉스는 회사 가치(시가총액)가 1조 달러가 넘는 '1조 달러 클럽'에 있었는데, 오늘 8,689억 달러(약 1,300조 원)로 밀려났습니다.연합뉴스 · 001
최근 5거래일(7/6 종가 → 7/13 종가)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약 -20%, SK하이닉스 약 -21%입니다(데이터: Finnhub/yfinance).
한 가지 조심할 점. "미국 반도체는 멀쩡한데 한국만 떨어졌다"는 비교는 오늘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미국 증시는 지난주 금요일(7/10)까지만 열렸고, 그때는 반도체주가 반등하며 S&P500이 주간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investing.com · 035 하지만 전쟁 재점화 소식은 주말에 터졌기 때문에, 미국 시장은 이 악재를 아직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반도체 지수(SOX)도 6월 22일 사상 최고점(14,655) 이후 이미 10% 넘게 내려와 조정 중이었습니다.TradingView · 034 진짜 비교는 오늘 밤 미국 장이 열려 봐야 가능합니다.
2. 먼저 알아야 할 배경: 올해 상반기는 '역대급 상승장'이었다
이번 폭락을 이해하려면,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연초 4,214.17에서 7월 3일 8,088.34까지 91.9% 올랐습니다. 6월 19일에는 장중 9,385.59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뉴시스 · 004 반년 만에 시장이 거의 두 배가 된, 한국 증시 역사에 없던 상승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에 이상해 보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7월 3일까지 코스피에서 150조 2,627억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이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약 4,900조 원)의 3%쯤 되는 돈입니다.연합뉴스 · 001 매도는 삼성전자(75조 5,135억 원)와 SK하이닉스(60조 5,309억 원)에 집중돼, 두 종목이 전체의 90% 이상이었습니다.뉴시스 · 004
"외국인이 한국을 버리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데이터는 반대 이야기를 합니다.
-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연초 36.65%에서 7월 3일 40.47%로 늘었고, 6월 25일에는 연중 최고인 41.58%를 찍었습니다. 판 것보다 갖고 있는 주식의 값이 더 빨리 올랐기 때문입니다.뉴시스 · 004
- 매도가 매달 말, 분기 말에 몰렸습니다. 예를 들어 1월에는 마지막 2거래일에 그 달 매도의 48%가 쏟아졌습니다.서울경제 · 005 이건 감정적인 '탈출'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비중을 맞추는 기계적인 매매의 특징입니다.
💡 리밸런싱(비중 재조정)이란?
용돈으로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을 3분의 1씩 사기로 정했는데 아이스크림 값만 갑자기 두 배가 되면, 아이스크림을 조금 팔아서 다시 3분의 1씩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큰 펀드들은 이런 규칙을 기계처럼 지킵니다. 한국 반도체가 너무 많이 올라 펀드 안에서 비중이 커지자, 규칙대로 덜어낸 것입니다.
이 물량을 받아낸 것은 개인 투자자였습니다. 개인은 상반기에만 약 99조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서울경제 · 005 그리고 오늘 폭락장에서도 개인은 홀로 3조 9천억 원 가까이 사들였습니다.한국일보 · 002
정리하면, 폭락 전의 그림은 이렇습니다. "주가는 사상 최고, 외국인은 이익을 챙기며 파는 중, 개인은 계속 사는 중." 여기에 아래 세 가지 방아쇠가 당겨졌습니다.
3. 방아쇠 ①: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올해 중동에서 벌어진 일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됐고, 호르무즈 해협이 상선(민간 배)에 사실상 막혔습니다.SunSirs · 024Kpler · 025
- 3월~6월 초: 봉쇄가 이어지며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습니다.wikipedia.org · 020
- 6월 17~19일: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고, 해협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SunSirs · 024
- 7월 7~12일: 종전 이후 가장 심각한 충돌이 다시 벌어졌습니다. 7월 11일 이란이 해협을 지나던 컨테이너선(GFS 갤럭시호)을 공격하자, 미국은 이번 주에만 세 번째 공습으로 이란의 군사시설 140여 곳을 때렸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개입이 끝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한다"고 선언했습니다.파이낸셜뉴스 · 017오마이뉴스 · 018문화일보 · 019
- 이번 주말~오늘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종료를 공식 선언했고, 한국시간 오늘 오전 6시 미군이 추가 공습을 시작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이 소식을 반영한 첫 시장이었습니다.연합뉴스 · 001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하루 1,800만~1,900만 배럴)가 지나가는 바다의 좁은 문입니다.wikipedia.org · 020 이 문이 다시 닫힌다는 소식이,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한국 증시를 밀어버린 첫 번째 방아쇠였습니다.
4. 방아쇠 ②: SK하이닉스의 아주 특별했던 일주일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훨씬 크게 떨어진 데는 이 회사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7월 1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했습니다. 데뷔는 화려했습니다. 공모가보다 13% 오른 168.49달러에 마감했는데, 이는 같은 날 한국 본주 종가(218만 원)보다 15.8%나 높은 가격이었습니다.연합뉴스 · 001
💡 ADR이란?
미국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만든 '증서'입니다. 같은 회사를 한국과 미국, 두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상장을 앞두고 주가가 급하게 올랐던 만큼, 상장이 끝나자 "이익을 챙기자"는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또 미국 상장가가 새로운 '가격 기준점'이 되면서, 한국 주가와 미국 주가 사이에 20%가 넘는 차이가 생겼고 이 간격을 좁히는 과정에서 변동이 커졌습니다(유안타증권 분석).investing.com · 003
여기에 오늘,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증권가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연합뉴스 · 001
다만 해외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업황이 나빠졌다는 신호라기보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과정"으로 평가했습니다. AI 메모리에 대한 기대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investing.com · 003
5. 방아쇠 ③: 사줄 사람이 줄었다
주가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힘겨루기로 정해집니다. 오늘은 파는 쪽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누가 팔았을까요? 오늘은 외국인(-1조 6,850억 원)보다 기관(-2조 2,190억 원)이 더 많이 팔았습니다.한국일보 · 002 즉 '외국인 혼자만의 매도'가 아니었습니다. 국내 연기금(국민연금 등)도 6월에 2조 3,000억 원 넘게 팔며 5년 만의 월간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주가가 급등해 목표 비중을 넘어서자 규칙에 따라 줄인 것입니다.서울경제 · 014
사는 쪽의 힘은 어떨까요? 개인은 여전히 사고 있지만, '실탄'이 줄어드는 신호가 보입니다.
- 주식 계좌의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한 달 사이 약 22조 원 줄었습니다(6/10 127.6조 → 7/10 105.6조 원).뉴스핌 · 012 6월 4일 역대 최고치(139.7조 원)를 찍은 뒤 내려오는 중입니다.청년일보 · 013 다만 이 감소의 상당 부분은 개인이 겁먹고 떠나서가 아니라, 떨어진 주식을 사느라 돈을 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6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55조 원을 파는 동안 개인은 55조 원을 샀습니다.청년일보 · 013
-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는 6월 24일 사상 최고치(38조 6,328억 원)를 찍고, 7월 10일 35조 원대로 내려왔습니다.연합뉴스 · 010뉴스핌 · 012 여전히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개별 신용잔고는 7월 초에 각각 사상 최대(약 5.5조 원, 5.3조 원)를 기록했습니다.파이낸셜뉴스 · 009 한국은행은 "빚투가 많은 상태에서 주가가 크게 조정받으면 개인의 손실이 커지고 시장 변동성도 커진다"고 경고했었는데,연합뉴스 · 010 오늘 같은 날 낙폭이 유난히 컸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 투자자예탁금 / 신용융자란?
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대기 중인 현금'입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금액, 즉 '빚투'의 크기입니다. 빚으로 산 주식은 주가가 떨어지면 강제로 팔릴 수 있어서, 하락장을 더 가파르게 만듭니다.
환율도 불을 붙였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가고, 그 과정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집니다(원/달러 환율 상승). 올해 환율은 1,500원대까지 올랐고(7월 3일 1,525.6원),뉴시스 · 004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계산하는 외국인은 가만히 있어도 손해(환차손)를 봅니다. 그래서 더 팔고, 그래서 환율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6. 팩트체크: '오일머니 이탈설'은 사실일까?
이제 이번 호의 핵심 질문입니다. 시장에는 이런 소문이 돕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같은 산유국의 국부펀드가 한국 반도체 주식을 대량으로 팔고 있다. 전쟁 때문에 급전이 필요해서, 또는 상장 주식 대신 AI 데이터센터에 직접 투자하려고."
💡 국부펀드(SWF)란?
나라가 석유를 판 돈 등으로 만든 초대형 투자 펀드입니다. 사우디의 PIF, UAE의 무바달라 등이 유명합니다.
이 소문, 확인이 왜 어려울까요? 국부펀드는 보통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자산운용사를 통해 투자합니다. 그래서 한국거래소 통계에는 '미국계', '유럽계' 자금으로 잡혀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겉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봤습니다. 세계 최대 수탁은행인 BNY멜론이 6월 한 달간 한국 주식을 판 외국인(총 126억 3,000만 달러, 약 19조 원)을 유형별로 나눠 봤더니 이렇습니다.인사이트 · 007
6월 한국 주식 매도, 누가 팔았나 (BNY멜론 집계)
| 매도 주체 | 순매도 규모 | 참고 |
|---|---|---|
| 뮤추얼펀드(일반 펀드) | 75억 달러 (약 11.4조 원) | 가장 큰 매도 주체인사이트 · 007 |
| 연기금 | 43.5억 달러 (약 6.6조 원) | 장기 투자 성향 자금인사이트 · 007 |
| 헤지펀드 | 18.7억 달러 (약 2.9조 원) | 단기 매매 성향 자금인사이트 · 007 |
달러-원 환산은 7월 3일 종가 1,525.6원 기준.뉴시스 · 004
보시다시피 가장 많이 판 것은 국부펀드가 아니라 뮤추얼펀드였고, 국부펀드는 별도 항목으로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장기 자금인 연기금의 매도(약 6.6조 원)가 눈에 띄긴 하지만, 상반기 전체 외국인 매도(약 150조 원)의 5%도 안 되는 규모입니다. 그리고 이 매도의 배경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급등한 종목의 쏠림을 관리하기 위한 차익 실현과 재배분"이라고 해석합니다. "아시아에서 두 개의 시장(한국·대만)과 한 개의 업종(반도체)만 유독 잘나가면, 결국 균형을 맞춰야 하는 시점이 온다"는 것입니다(로베코).인사이트 · 007
실제로 이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집계로 올해 상반기 외국인은 아시아 7개국 증시에서 총 1,373억 6,000만 달러를 뺐는데, 이는 2010년 집계 시작 이후 반기 최대입니다. 한국에서 708억 달러(약 108조 원), 대만에서도 296억 달러가 빠졌습니다.인사이트 · 007 참고로 한국거래소의 150조 원과 LSEG의 약 108조 원은 집계 방식 차이로 숫자가 다릅니다.
그렇다고 소문이 100% 헛소문이라는 건 아닙니다. 중동 돈의 움직임이 달라진 정황은 실제로 있습니다.
-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5월에 사상 최대인 70억 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전쟁으로 사우디의 1분기 재정적자가 335억 달러까지 커지면서, 투자금을 빌려서 마련하는 상황입니다.로이터 · 028
- UAE 아부다비의 AI 투자사 MGX는 7월 1일 490억 달러(약 75조 원)짜리 AI 전문 펀드를 출범시켰습니다. 목표(450억 달러)보다 더 모였고, 역대 최대급 AI 펀드입니다. 데이터센터 인수(400억 달러 규모 얼라인드 데이터센터스 등)와 AI 기업 지분에 돈을 넣고 있습니다.Bloomberg · 029The National · 030 즉 중동 자본이 '상장 주식의 관객석'보다 'AI 경기장(인프라) 직접 소유'로 방향을 트는 흐름 자체는 사실입니다.
판정: 국부펀드가 일부 팔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150조 원 매도의 '주범'이라고 볼 데이터는 현재 없습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주범은 훨씬 평범합니다. 반년 만에 두 배가 된 주가, 그리고 그 앞에서 규칙대로 이익을 챙긴 전 세계의 펀드들입니다.
7. 실물 경제로 번지는 불똥: '황(Sulfur) 대란'과 반도체 원가의 진실
전쟁은 주가만 흔든 게 아니라 원자재 시장도 흔들었습니다. 그 중심에 '황'이 있습니다.
황이 뭐길래? 황은 원유를 정제하거나 천연가스를 처리할 때 나오는 부산물입니다. 이 황으로 '황산'을 만들고, 황산은 비료·배터리 소재·각종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합니다. 중동은 전 세계 황 생산량의 약 24~25%, 배로 실어 나르는 해상 교역량의 약 45~50%를 차지합니다.spglobal.com · 021SunSirs · 024Atlantic Council · 026 (생산의 절반이 아니라 '바닷길 수출'의 절반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황 가격, 전쟁 전에 이미 5배 넘게 올랐습니다
인도네시아 도착가(CFR), 달러/톤 — 하나의 같은 기준으로 본 흐름
가격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시간 순서가 중요합니다.
황 가격 주요 이정표
| 시점 | 무슨 일이 | 가격 |
|---|---|---|
| 2024년 7월 → 2026년 1월 |
전쟁 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배터리용) 수요 폭발 등으로 이미 가격 급등 | 인도네시아 도착가 $101 → $554/톤 (+440%)argusmedia.com · 023Atlantic Council · 026 |
| 2026년 2월 28일 | 개전. 호르무즈 봉쇄로 해협 통과 선적 90% 급감, 걸프만에 최대 100만 톤 발 묶임 | —SunSirs · 024Kpler · 025 |
| 2026년 2월 말 → 5월 초 |
전쟁 후. 현물 가격 2배 이상 급등 | 브라질 도착가 $525 → $1,150/톤spglobal.com · 022 |
| 2026년 6월 → 7월 | 종전 MOU에도 공급 회복 지연, 중동 공식판매가 계속 인상 | UAE(ADNOC) $860 → $1,000/톤, 2008년 이후 최고SunSirs · 024 |
즉 황 가격 폭등의 절반은 전쟁 전에 이미 진행된 일(니켈·비료 수요)이고, 전쟁이 거기에 기름을 부은 구조입니다. 여기에 러시아는 황 수출 금지를 연말까지 연장했고, 중국은 5월부터 황산 수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단, 반도체용 '전자급'은 예외).spglobal.com · 022SunSirs · 024 최근 한 달은 종전 MOU 덕에 가격이 7%쯤 내렸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 285% 높습니다.tradingeconomics.com · 027 그리고 해협이 다시 닫혔습니다.
가장 크게 다친 곳은 반도체가 아닙니다. 직격탄은 비료와 배터리 소재입니다. 인도네시아 니켈 공장은 생산을 절반으로 줄였고, 비료값 급등으로 브라질 등에서는 농사 걱정까지 나옵니다.Kpler · 025WEF · 036
그럼 한국 반도체는? 여기서 흔한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를 만들 때는 '불화수소'라는 화학물질로 웨이퍼를 깎고(식각) 씻어냅니다(세정). 그런데 불화수소의 주재료는 황이 아니라 '형석'이라는 광물입니다(형석 + 황산 → 불화수소). 황은 황산의 형태로 보조 재료로 들어갈 뿐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황을 수입하는 나라가 아니라 수출하는 나라입니다. 국내 정유 공장에서 황이 부산물로 많이 나오기 때문인데, 올해 1~5월 중국이 수입한 황의 18%(48만 5,000톤)가 한국산이었을 정도입니다.SunSirs · 024
그래서 "호르무즈가 막히면 → 황이 부족해 → 한국 반도체 원가가 오른다"는 이야기는 직행 노선이 아니라 '중국 환승' 노선입니다. 중국 안에서 황 가격이 상반기에만 157%, 황산 지수가 94% 오르면서,SunSirs · 024 한국 소재 회사들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불화수소 원료(무수불산)의 원가에도 압력이 생기는 간접 경로입니다. 다만 중국의 황산 수출 금지에서 반도체용 전자급은 예외로 빠져 있어,spglobal.com · 022 아직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은 아닙니다.
결론: 원가 상승 압력은 진짜지만, 반도체에는 간접적이고 제한적입니다. 반도체 원가에는 오히려 유가, 전기요금, 물류비 같은 더 굵직한 경로가 있고, 이번 재봉쇄로 그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진짜 걱정거리입니다.
8.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자의 숙제
삼성전자: 역대급 성적표, 그런데 왜 팔릴까
삼성전자는 7월 7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810% 늘었고, 3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년 치(43.6조 원)의 2배가 넘고, 엔비디아·애플의 역대 최고 기록도 넘어선 세계 민간기업 1위(국영기업 아람코 제외)입니다.삼성전자 뉴스룸 · 015YTN · 016
비결은 흔히 말하는 '범용 D램 가격 상승'만이 아닙니다. 언론과 회사 설명이 꼽는 핵심은 ① 6세대 HBM(HBM4)을 업계 최초로 양산해 납품을 시작한 것, ② SK하이닉스가 거의 독식하던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린 것, ③ 맞춤형 HBM 등 비싼 제품의 비중 확대, ④ 메모리 전반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인상입니다.YTN · 016
이렇게 잘 버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시장이 '지금'이 아니라 '다음'을 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라, "이익이 정점일 때 판다"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전쟁발 원자재·에너지 비용 상승이 3분기부터 이익률을 얼마나 갉아먹을지가 다음 관전 지점입니다.
SK하이닉스: 이번 주 문제는 원가가 아니라 '가격표 다시 붙이기'
SK하이닉스의 오늘 폭락은 원가 문제라기보다 앞서 본 두 가지, 즉 미국 상장(ADR) 직후의 차익 실현·밸류에이션 재조정,investing.com · 003 그리고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보고서연합뉴스 · 001 때문입니다. 이달 말 확정 실적에서 진짜 얼마나 벌었는지 확인되면, 이 걱정이 과했는지 아닌지가 판가름 납니다.
구조적인 부담도 하나 있습니다. 주력 제품인 HBM은 보통 고객사와 1년쯤 앞서 물량과 가격을 미리 정해두는 '선판매'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정적인 대신, 지금처럼 비용이 갑자기 뛸 때 그 부담을 곧바로 제품 가격에 얹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 매출총이익률이란?
물건을 판 돈에서 만드는 데 든 돈을 뺀 이익의 비율입니다. 다음 분기 실적에서 이 숫자가 버티느냐 꺾이느냐가, "비용 상승이 진짜 이익을 갉아먹었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증거가 됩니다.
9. 앞으로 지켜볼 것들
개인적으로는 오늘 하루의 낙폭보다, 이 하락의 '성격'을 알려줄 다음 신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첫째, 오늘 밤 미국 증시. 미국은 주말의 휴전 파기 소식을 아직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반도체주와 SK하이닉스 ADR이 오늘 밤 얼마나 빠지는지가, 이번 폭락이 '한국만의 문제'인지 '전 세계가 함께 겪는 문제'인지를 가르는 첫 시험대입니다.
둘째, 호르무즈 뉴스와 환율. 해협 봉쇄가 풀리는 조짐이 보이고 원/달러 환율(현재 1,500원대)이 내려온다면, 외국인의 환차손 걱정이 줄어 매도 악순환이 끊길 수 있습니다.
셋째, 수급의 주인공들. 외국인 순매도의 강도, 그리고 국내 연기금의 매매가 진정되는지입니다. 참고로 증권가에서는 "7월 10일까지 한국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 증가세를 기록했다"며 이번 급락을 업황 붕괴가 아닌 '가격과 수급이 균형을 다시 찾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뉴스핌 · 012
넷째, 실적 시즌. SK하이닉스의 2분기 확정 실적이 정말 예상보다 나쁜지, 그리고 두 회사의 매출총이익률이 비용 상승을 방어하는지입니다.
다섯째, '메모리 다이어트' 기술. 구글이 3월 25일 공개한 '터보퀀트'는 AI가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KV캐시)을 최대 6분의 1로 압축하는 기술입니다.디지털투데이 · 031 여행 가방 크기는 그대로인데 옷을 압축팩에 눌러 담는 것과 비슷합니다. 발표 직후 "메모리가 덜 팔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반도체 주가가 출렁였지만, 전문가들은 반대로 봅니다. 공간이 늘어난 만큼 AI가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 만들어, 오히려 메모리 수요를 키우는 촉매가 된다는 것입니다(자원을 아끼는 기술이 오히려 소비를 늘리는 '제본스의 역설').ZDNet · 032 아직 논문 단계(2026년 4월 ICLR 학회 발표)라,토스뱅크 · 033 실제 상용화 속도를 1~2년에 걸쳐 지켜볼 일입니다.
참고 자료 (36개) · 펼쳐보기 ▾접기 ▴
- 연합뉴스·파이낸셜뉴스, "반도체주 '우두둑'…SK하이닉스 15.4%·삼성전자 10.7% 폭락" (2026.7.13) — fnnews.com/news/202607131601490888
- 한국일보, "SK하이닉스 15% 급락 직격탄… '검은 월요일' 코스피 6800대 추락" (2026.7.13) — 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1316470003411
- Investing.com, "SK하이닉스 주가, 오늘 왜 폭락했나?" (2026.7.13) — kr.investing.com/news/stock-market-news/article-93CH-2012863
- 뉴시스, "상반기 코스피 150조 팔고 간 외국인…하반기엔 돌아올까" (2026.7.6) — newsis.com/view/NISX20260705_0003696326
- 서울경제, "외국인, 올해 상반기 코스피서 150조 던졌다" (2026.6.30) — sedaily.com/article/20062042
- 더퍼블릭, "고환율·리밸런싱에 외국인 매도 지속" (2026.7.3) — 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309996
- 인사이트(로이터·BNY멜론 인용), "개미들 빚내서 살 때 외국인은 팔았다… 韓 증시 덮친 '역대급 자금 유출'" (2026.7.13) — insight.co.kr/news/562799
- 파이낸셜뉴스, "14일 만에 돌아온 외국인…삼성전자 팔고 SK하이닉스 담았다" (2026.7.9) — fnnews.com/news/202607090658132383
- 파이낸셜뉴스, "외국인은 팔고 개미는 빚내서 샀다…삼전·닉스 엇갈린 베팅" (2026.7.7) — fnnews.com/news/202607071506594773
- 연합뉴스, "빚투·영끌에 몸살앓는 주식시장…한은 '금융불안 요인 우려'" (2026.7.5) — fnnews.com/news/202607050545422605
- MBC, "'빚투' 신용거래융자잔고 36.5조 원 사상 최고치" (2026.5.18) — imnews.imbc.com/news/2026/econo/article/6823404_36932.html
- 뉴스핌, "증시 떠나는 대기자금…코스피 변동성에 예금으로 '역머니무브'" (2026.7.13) — newspim.com/news/view/20260713000989
- 청년일보, "120조원 밑으로 내려온 투자자예탁금" (2026.7.4) — youthdaily.co.kr/news/article.html?no=222293
- 서울경제, "연기금, 5년 만에 月 최대 순매도…코스피 수급 흔들" (2026.6.24) — sedaily.com/article/20059723
-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2026년 2분기 잠정실적 발표" (2026.7.7) — news.samsung.com/kr
- YTN,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으로 세계 1위...89.4조" (2026.7.7) — ytn.co.kr/_ln/0102_202607071439476043
- 파이낸셜뉴스, "이란군 '호르무즈 해협, 추가 공지까지 전면 봉쇄'" (2026.7.12) — fnnews.com/news/202607120932480776
- 오마이뉴스, "호르무즈 또 막혔다... 이란군 '미국 개입 끝날 때까지 봉쇄'" (2026.7.12) — 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50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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